구글의 핏빗 인수,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 위한 발판 마련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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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핏빗 인수,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 위한 발판 마련이 목표
  • 박세아 기자
  • 승인 2019.11.07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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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빗, 웨어러블 시작 개척에도 경쟁 심화로 경영 악화
구글, 핏빗의 유저 데이터 확보로 헬스케어 사업 강화 가능

[애틀러스리뷰] 구글(Google)이 지난 10월 말 ‘핏빗(Fitbit)’을 21억 달러라는 거액에 인수한다고 발표면서 인수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이에 대한 루머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이제 구글의 발표로 공식화된 것이다.

 

핏빗, 웨어러블 단말 시장 개척했으나 경쟁심화로 위기 직면

재미동포 제임스 박이 2007년 창업한 핏빗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개척한 업체 중 하나이다. 글로벌 웨어러블 단말 시장에서 현재 점유율은 애플 및 삼성전자에 뒤져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1억대의 기기를 판매했고, 2천 8백만대가 현재 이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가 의료기관과 보험사 등 헬스케어 산업의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어 가치를 지닌다.

핏빗은 애플과 삼성, 중국 샤오미 등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면서 경쟁이 심화되자 선점에 성공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2016년 12월에는 스마트워치 업체 페블(Pebble)을 인수하고 해당 업체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피트니스 밴드에서 벗어나 스마트워치 사업에서 더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다.

또한, 지난 8월말에는 신형 스마트워치 ‘버사 2’를 발표하면서 월 10달러, 연간 80달러의 월정액 건강관리 서비스 ‘핏빗 프리미엄’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건강 개선 프로그램, 데이터 분석, 운동 목표 달성 및 안내, 전문 코치의 컨설팅 및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동사는 궁극적으로는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의 예측 및 개선과 같은 의료 서비스업의 진출을 통해 단말 사업자에게서 서비스 사업자로의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기업 매각설이 등장했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또는 사모펀드에 매각될 것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루머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루머처럼 결국 핏빗은 매각이 되었는데, 기존의 소문과 다른 것은 알파벳이 아닌 구글이 직접 핏빗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기존에 모토로라를 포함해서 다양한 하드웨어 제조 업체를 인수한 바 있으나, 괄목할 정도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왔는데, 이번 핏빗 인수는 기존 하드웨어 인수와는 다른 점이 있어 주목할 수 있다. 즉,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과 같은 하드웨어에 초점에 맞춘 것이 아니라, 3.5조달러의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핏빗 인수는 하드웨어 사업 아닌 웨어OS 활성화 위한 접근

일단 표면적으로는 구글이 웨어러블 시장 및 하드웨어 사업에 나서면서 애플이나 삼성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과의 경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구글은 최근 개최된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는 픽셀4와 픽셀버드2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구글이 최근 공개한 픽셀4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좋은 기능과 성능의 스마트폰이나 하드웨어를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본연의 기능과 성능, 가격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 중국 제조사들과 직접적인 판매량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

이에 구글의 핏빗 인수 배경에 대한 다른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구글이 기본적으로 인터넷 플랫폼 업체이며, 이미 모토로라 외에도 스마트 온도조절기 업체 네스트 랩스, HTC의 스마트폰 부문, 파슬(Fossil)의 스마트워치 기술 등 하드웨어 업체 및 기술, 특허를 인수해왔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단말 사업 진출이 단말 판매 자체보다는 단말에 탑재되는 안드로이드OS 플랫폼 확장을 위한 것이었던 만큼, 핏빗 인수 역시 웨어러블 단말 보다는 안드로이드 대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웨어OS' 전략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성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웨어OS(구 안드로이드웨어) 출시 초반 아수스, 모토로라, 화웨이 등이 채택하겠다고 나섰으나, 이 중 아수스와 모토로라는 스마트워치 사업을 접었고, 화웨이와 삼성전자 등은 자체 OS를 탑재한 제품으로 선회했다. 따라서 핏빗 인수가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는 있겠지만, 웨어OS의 사업 확대에 직접적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OS는 안드로이드OS와 같은 스마트폰 OS가 통신, 정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등 다양한 앱/콘텐츠/서비스가 구동된다. (출처: Pixabay)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OS는 안드로이드OS와 같은 스마트폰 OS가 통신, 정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등 다양한 앱/콘텐츠/서비스가 구동된다. (출처: Pixabay)

특히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OS는 안드로이드OS와 같은 스마트폰 OS가 통신, 정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등 다양한 앱/콘텐츠/서비스가 구동되며, 다양한 업종의 써드파티 업체들의 콘텐츠를 수용함으로써 생태계 형성에 매우 중요한 일반 목적의 플랫폼인 반면, 웨어러블 기기의 OS는 이와 달리 사실상 스마트워치만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적 성격이 강하다. 즉, 이용자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웨어OS가 차별적이거나 독자적 생태계를 형성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 어렵다.

또한, 웨어OS가 무선 헤드폰이나 스마트 글래스 등 다른 웨어러블 단말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구글이 핏빗이 아닌, 다른 어떤 업체를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스마트폰 시장과 같이 자체 플랫폼+써드파티 제조업체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 형성 모델이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구글의 상황과 사업 형태, 경쟁 상황을 감안할 때, 핏빗 인수가 하드웨어 판매 분야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분야에서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업체들과 자체 하드웨어 사업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라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다.

 

핏빗이 보유한 헬스케어 데이터가 궁극적 목적일수도

이로 인해 구글이 핏빗 인수에서 기대하는 것은 웨어러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핏빗이 보유하고 있는 웰니스 및 헬스케어 분야의 데이터와 고객 정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구글이 이미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삼성전자, 중국 제조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하드웨어 판매나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OS시장을 건너뛰어, 이를 기반으로 개화될 3.5조 달러 규모의 헬스케어와 기타 바이오 데이터 분야로 직행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구글은 이미 모기업 알파벳을 중심으로 건강 및 생명과학 분야 연구를 해 오고 있으며, 알파벳 산하 헬스테크 자회사인 버릴리(Verily)를 통해서 임상실험, 유전자 검사 전문 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했다. 2018년 11월에는 미국 의료 서비스 업체인 게이싱어(Geisinger)의 CEO를 역임했던 데이비드 파인버그(David Feinberg)을 구글 헬스 부문의 부사장으로 영입해 헬스케어 사업 전략을 수립하게 했으며, 오바마 정부 당시의 보건 당국자 2명을 영입하는 등 인력 확충과 조직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구글이 핏빗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핏빗 인수를 통해 웨어러블 단말 사업부문을 창설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은 신빙성을 가진다. 핏빗이라는 기업을 원한 것이 아니라, 핏빗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asset)'이 인수의 배경인 것이다.

실제로 애플이 하드웨어 사업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페이스북 등이 스마트폰 없이도 이용 가능한 스마트 글래스 등 스마트폰 이후 시대의 주력 단말로 웨어러블 단말을 주목하고 있다. 아마존도 AI 음성 비서와 연동되는 반지형 웨어러블 단말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이 기업 문화와 역량 차원에서 맞지 않는 하드웨어 사업이나 웨어러블 단말을 위한 OS 사업을 위해 핏빗 인수에 나선 것이라도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구글이 데이터와 AI, 클라우드 등과의 접목을 통한 미래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을 염두하고 핏빗을 인수했다고 하더라도 향후의 행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애플은 이미 애플워치를 중심으로 실시간 의료 데이터 수집과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의 탄탄한 협력 관계와 다양한 R&D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헬스케어 산업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향후 구글이 핏빗의 사업 자산을 얼마나 어떻게, 어떤 속도로 기존 헬스케어 사업에 융합하고, 활용하는가 여부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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