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신사업자들의 미디어 사업 동향 분석...(1) 위축되는 IPTV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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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신사업자들의 미디어 사업 동향 분석...(1) 위축되는 IPTV 사업
  • 김상일 기자
  • 승인 2020.08.1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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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 폭 역대 최대 기록
OTT 서비스의 인기로 IPTV 가입자 이탈 속출
통신사업자들, 유료방송 사업의 근본적인 전략 재조정 나서
미국 유료방송 시장에서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출처: Pixabay)
미국 유료방송 시장에서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출처: Pixabay)

[애틀러스리뷰=김상일 기자] 디즈니, 애플, NBC유니버설, 워너미디어 등 미국 미디어 및 ICT 업체들이 자체 OTT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기존 유료방송 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미디어 사업 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IPTV를 통해 위성 및 케이블방송과 경쟁해 왔던 통신사업자들도 그간 강조한 번들링과 할인 중심 전략의 실효성도 떨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미디어 사업의 재편 방향성을 둘러싼 미국 통신사업자들의 동향을 두 편의 시리즈로 나눠 짚어본다.


◆최대 규모 유료방송 커드커팅 기록…25년 전 가입자 규모로 회귀

‘코드커팅’ 현상은 미국 유료방송 시장에서 위성, 케이블, IPTV 가입자가 기존 유료 서비스 이용을 해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10여 년 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꾸준히 감소하긴 했으나 유료방송 서비스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았으며, 그 규모도 각 사업자들에게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는 최소 4~500만, 최대 1,000만 가구가 넘는 총 가입자를 보유한 유료방송 사업자 입장에서 업체당 수 십만 명이 해지해도 전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코드컷팅의 실체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계속 줄어듦은 물론, 최근 코드커팅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 미디어 분석 업체 ‘MoffettNathanson’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미국 유료방송 가입자는 180만 가구 감소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감소 폭을 기록한 것이다.

MoffettNathanson의 크레이그 모펫(Craig Moffett)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코드커팅이 가속화되면서 유료방송 보급률이 1995년 이전 수준인 63%로 떨어졌다”며 “유료방송 미가입 가구 수는 4,800만 가구를 기록했는데 이는 1988년 유료방송 가입가구 수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규모와 서비스 보급률 기준으로만 보면, 미국 유료방송 산업이 25년 전으로 축소되었다는 의미다.

미국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코드커팅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 규모 1, 2위 업체인 AT&T와 컴캐스트의 코드커팅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코드커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업체들의 OTT 출시 증가에 IPTV의 타격 본격화

2005년 이후 미국 통신사들은 방송 통신 융합 시장 진출과 통신영역으로 진입해오는 케이블방송 사업자와의 브로드밴드/전화/TV 번들링 결합상품 경쟁을 위해 IPTV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4년에는 AT&T가 위성방송 디렉TV를 인수하는 등, 미디어 분야는 미국 통신 업계의 핵심적인 신사업으로 간주되어 왔다.

 

2014년에는 AT&T가 위성방송 디렉TV를 인수하는 등, 미디어 분야는 미국 통신 업계의 주요 신사업으로 간주했다. (출처: Pixabay)
2014년에는 AT&T가 위성방송 디렉TV를 인수하는 등, 미국 통신사업자들은 미디어 분야를 주요 신사업으로 간주했다. (출처: Pixabay)

AT&T는 2018년까지 위성방송 디렉TV와 IPTV 서비스를 합쳐 2,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미국 최대의 유료방송 사업자로 부상했고,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와 동등한 입지에서 경쟁했다. 또 다른 거대 통신사인 버라이즌(Verizon)의 경우에도 자체 유선 브로드밴드망을 활용한 IPTV 서비스를 통해 450만 명이 넘는 유료방송 가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AT&T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2018년 하반기부터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2020년 1분기부터 전체 가입자 규모가 2,000만 가구 이하로 줄었다. 버라이즌도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가 이어지면서 2017년 460만 가구에 달하던 가입자 수가 지난 2분기 400만 가구 초반대로 떨어졌다. 곧 300만 가구대로 하락할 조짐도 보인다.

이러한 가입자 감소는 IPTV도 결국 위성 및 케이블방송, 더 나아가 OTT 서비스들과 차별화되는 서비스와 콘텐츠 경쟁력을 발굴하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즉, 코드커팅 트렌드에 굴하지 않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는 이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언론과 업계를 중심으로 IPTV의 코드커팅 현상이 통신사업자들의 전체 실적과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는 근래 메이저 미디어 업체들이 출시하는 신규 OTT 서비스 등장으로 IPTV 코드커팅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버라이즌, 기존 TPS 전략 포기…AT&T는 위성방송 매각說도 등장

이로 인해 업계는 물론 통신사들도 유료방송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료방송 사업이 방송 통신 사업의 핵심 근간인 ‘가입자 확보와 유지’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유료방송이 포함된 번들링 전략을 중단하거나, 유료방송 사업을 분리 또는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IPTV 사업을 추진 중인 버라이즌은 올해 초 중요한 사업 전략 변화를 시도했다.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라이즌은 올해 초 미디어 분야에서 중요한 사업 전략 변화를 시도했다. (출처: 버라이즌)

이에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라이즌은 올해 초 중요한 사업 전략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 가입자 영업의 핵심 전략이었던 TV-인터넷-전화 번들링 기반의 ‘TPS(Triple-Play Service)’ 전략에서 각 상품을 단독(standalone)으로 판매하는 ‘믹스 앤 매치 온 피오스(Mix & Match on FiOS)’로 불리는 새로운 상품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버라이즌은 TPS 전략 중단과 개별 상품 중심 판매 전략이 가져올 가입자 이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관련 업계에서는 버라이즌의 새로운 요금 전략이 그간 TV-인터넷-전화를 번들링 함으로써 요금을 할인해주고 장기 약정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입자를 고착화(lock-in)했던 결합상품 전략을 종료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기존 전략을 포기한 주요 배경을 ‘고가의 유료방송 요금으로 인한 코드커팅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버라이즌의 프랭크 보울벤(Frank Boulben) 마케팅 담당 수석부사장은 “결합상품으로 인한 고객 선택권 제약과 요금 인상 충격이 가장 큰 고객 불만 사항이었다”며 “이를 해소함으로써 가입자 이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버라이즌 이외에 AT&T도 심각한 코드커팅 현상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위성방송 사업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AT&T 모두 미디어 사업에서 큰 위기감을 느끼며 사업전략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공룡'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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