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신사업자들의 미디어 사업 동향 분석...(2) OTT 수용 전략으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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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신사업자들의 미디어 사업 동향 분석...(2) OTT 수용 전략으로의 변화
  • 김상일 기자
  • 승인 2020.08.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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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사업의 중심축은 OTT 사업자들로 이동
美 통신사들, 자회사 및 써드파티 OTT와의 연계에 집중
시장 변화에 따른 미래 고객 가치 유지 방안 발굴에 주력

[애틀러스리뷰=김상일 기자] ‘위성방송, IPTV 가입자 이탈’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미국 통신사들이 최근 미디어 사업의 중심을 OTT로 전환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신사들이 방송 통신 가입자 기반을 활용해 신규 출시하는 미디어 자회사의 자체 OTT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써드파티 OTT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트리밍 중심의 셋톱박스 개발과 OTT 독점 유통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이번 시리즈는 앞서 미국 통신사의 미디어 사업 현황에 이어 향후의 변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美 AT&T, 자회사 통한 ‘OTT’ 중심으로 미디어 사업 재편

AT&T의 자회사 ‘워너미디어’가 지난 5월 런칭한 자체 OTT 서비스 ‘HBO Max’는 AT&T 미디어 사업의 핵심 서비스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AT&T의 존 스탠키(John Stankey) CEO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HBO Max가 출시 한 달 만에 3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7월 말 기준 400만 명의 가입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기존 VOD 서비스 ‘HBO Now’와 비교해 HBO Max 이용자들의 시청 시간이 70% 정도 증가했다고도 덧붙였다.

 

AT&T 자회사 ‘워너미디어’가 지난 5월 런칭한 자체 OTT 서비스 ‘HBO Max’가 미디어 사업의 핵심 서비스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AT&T)
AT&T는 자회사 ‘워너미디어’의 OTT 서비스 ‘HBO Max’를 미디어 사업의 핵심 서비스로 지목했다. (출처: AT&T)

이러한 성과는 작년 11월부터 디즈니의 ‘디즈니+’, 애플의 ‘애플TV+’, NBC유니버설의 피콕(Peacock)’ 등 주요 미디어 업체들이 자체 OTT 서비스를 출시하던 상황에서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HBO Max의 이용 요금이 경쟁 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런칭 초반에 고전할 것이라는 업계 전망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 큰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AT&T가 410만 명의 가입자 중 100만 명 이상이 AT&T를 통해 가입했다고 밝힌 대목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HBO Max 이용료 수준 이상의 이동통신, 인터넷, IPTV 요금제를 사용하는 AT&T 가입자들에게 HBO Max를 무료로 제공하는 번들링 전략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자사의 유무선 서비스 가입자 기반을 활용함으로써 HBO Max 가입자 확보 지원에 나선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AT&T와 워너미디어는 방송 통신 상품과의 번들링은 물론, 향후 OTT 라인업을 HBO Max 중심으로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미디어 자회사가 없는 버라이즌(Verizon)은 지난해 말 디즈니+를 자사의 이동통신, 인터넷, IPTV 가입자들에게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으며, 최근에는 Hulu/ESPN+ 번들링 된 5G 요금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즉, 버라이즌은 써드파티 업체들의 OTT 서비스를 자사의 유선 및 무선 통신 가입자에게 번들링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서, 이는 최근 LGU+와 KT가 넷플릭스의 통합 서비스 이용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美 티모바일, 스프린트 합병 후 미디어 산업 기대

최근 스프린트와의 합병을 마무리 중인 또 다른 미국 통신사 ‘티모바일’은 최근 ‘20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티모바일은 9,833만 명의 무선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는 이동통신 분야에서 티모바일이 선발사업자인 AT&T 및 버라이즌과 경쟁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이 마련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이제 티모바일이 미디어 사업의 전략적 방향성과 관련해 자체 IPTV 서비스 경쟁력 강화, 자체 OTT 개발, 써드파티 OTT 활용 등의 선택지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티모바일은 OTT와의 번들링 및 OTT 중심 미디어 사업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출처: 티모바일)
티모바일은 OTT와의 번들링 및 OTT 중심 미디어 사업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출처: 티모바일)

실제로 티모바일은 지난 4월, 모바일 숏폼 OTT 서비스 ‘퀴비(Quibi)’를 자사의 무선 가입자들에게 1년간 무료로 독점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OTT와의 번들링 및 OTT 중심 미디어 사업을 위한 시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퀴비가 코로나19 사태로 ‘모바일 숏폼’ OTT로서의 장점을 이끌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퀴비가 TV 캐스팅 기능 미지원과 특허 소송 및 가입자 유치 실패가 이어지면서 매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곧 티모바일 입장에서는 ‘OTT 번들링을 통한 가입자 확보’라는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티모바일이 어떤 형태로 미디어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다만, 티모바일이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에 관계없이 코드커팅이 현상이 거세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통신 상품과 번들링을 통해 가입자를 묶는 결합상품 중심의 전략을 답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유로운 가입과 해지, 원하는 콘텐츠만 선택해서 다양한 기기로 시청하는 OTT 서비스에 익숙해진 미디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OTT가 주도하는 미디어 시장, 통신사 입장에서는 유연한 대응이 중요해져

수천만 명의 위성 및 IPTV 가입자를 보유한 AT&T, 수백만 명의 IPTV 가입자를 확보한 버라이즌, 이제 본격적인 미디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티모바일이 각 위치에서 OTT가 주도하고 있는 유료방송 서비스 시장의 변화 트렌드에 발맞춰 갈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각 통신사들은 미디어 시장의 변화 트렌드에 맞춘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출처: 넷플릭스)
각 통신사들은 OTT 중심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따라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출처: 넷플릭스)

 

OTT가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가운데, 각 통신사들은 이에 맞추어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통신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OTT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인지는 정해진 바가 없으며, 모법답안도 없다. 같은 전략이라도 사업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써드파티 OTT 번들링이라는 같은 전략을 펼쳤던 버라이즌과 티모바일은 서로 상반되는 결과를 보였다. 버라이즌과 디즈니의 제휴가 성공적이었던 반면, 티모바일과 퀴비 간 제휴는 아무런 성과도 보이지 못한 것이다.

최근 미국 통신사업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통신 업계의 미디어 사업 전략에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 국내 방송 산업에서도 IPTV-위성방송-케이블방송을 모두 보유한 통신사가 등장했고 자체 OTT 사업 추진과 함께 국내외 OTT 사업자들과의 제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사가 제공 중인 유료방송 서비스가 어떤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방대한 콘텐츠 속에서 어떤 고객 가치를 어떻게 유지하고 높일 것인지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OTT는 자유로운 가입과 해지, 원하는 콘텐츠의 선택권 보장,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 제공, 다양한 스크린 지원이라는 기존 유료방송 대비 우월한 고객 가치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미디어 시장 변화의 동인이 된 것이다. 유료방송 또는 OTT 서비스 모두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자연스레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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