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프리미엄 대신 가성비 강조 아이폰으로 상반기 승부 던진 애플

코로나19 발병에 아이폰 생산/출하에도 차질 보급형 ‘아이폰 SE’, 총 아이폰 판매의 19% 차지 단말 라인업 확대와 판매 감소 시즌 보완 역할 톡톡

2020-07-21     정근호 기자
애플은

[애틀러스리뷰=정근호 기자] 지난 4월, 애플이 2016년 첫 저가형 모델인 ‘아이폰 SE’의 출시 이후 4년 만에 보급형 아이폰 ‘아이폰 SE 2020(이하 아이폰 SE 2)’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4월 말 사전 예약이 시작되고 5월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었다. 애플이 이처럼 야심 차게 출시한 아이폰 SE 2가 애플에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 코로나19로 아이폰 개발과 생산, 판매에 차질 발생

올해 초, 애플이 2020년 2월 새로운 저가 아이폰을 양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애플이 지난해 9월 기존 프리미엄 가격 모델보다 낮은 가격대에 출시한 ‘아이폰 11’의 판매 호조를 통해 저가형 아이폰 수요가 입증된 이후 나온 곳이다. 이에 애플이 가격 경쟁 심화와 급성장 중인 신흥 휴대폰 시장, 특히 인도에서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바로 코로나19 사태가 들이닥친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애플은 무선 충전기, 에어태그, 오버이어 헤드폰 등 올해 선보일 자사의 신제품 출시가 모두 연기되고 중국에 있는 전 매장과 현지 사무실에 대해서도 폐쇄 조치를 취했다. 지난 3월에는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 금지령을 시행하면서 현지 아이폰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즉,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이폰은 물론 애플의 다른 제품들도 개발, 생산, 판매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에 애플 분석가 궈 밍치(Ming-Chi Kuo)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2020년 1분기 아이폰 출하량이 약 10%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올해 봄 출시를 예상했던 아이폰 SE 2/아이폰 9, 아이폰 11의 생산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궈 밍치는 이번 1분기 아이폰 출하량을 3,600만~4,000만대로 추정했다.

이후 실제로 발표된 애플 2020년 1분기 실적에서도 그 여파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아이폰 매출 비중이 전분기 61%에 이르렀던 것이 50%로 급락한 것이다.

이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애플이 고가의 아이폰이 아닌 중가의 보급형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아이폰 SE 2로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서는 애플

실제로 아이폰 SE 2는 상반기에 애플의 성과 및 제품 전략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IRP(Consumer Intelligence Research Partners)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이폰 SE 2가 애플 주력 플래그십 모델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구형 아이폰 이용자들의 단말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이폰 SE 2는 2분기 전체 아이폰 판매의 19%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 제품의 판매가는 최저 모델 기준 399달러다. 이는 2018년 출시한 아이폰 XR이나 2017년 출시한 아이폰 8 모델보다 낮은 가격이다. 또한, 아이폰 SE 2 구매 고객 중 73%는 출시한 지 4년 이상 지난 모델에서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아이폰 SE 2 출시 이후에도 아이폰 11의 판매량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애플 실적에 아이폰 SE가 큰 역할을 했으며, 올 가을 출시될 플래그십 모델 아이폰 12의 판매를 잠식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폰 SE 구매자의 26%가 안드로이드에서 전환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애플은 최근 단말 라인업을 확대하고, 다양한 자체 브랜드의 구독형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사업 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애플이 iOS 및 맥 단말 중심의 서비스 생태계를 더욱 고착화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향후 맥에도 ARM 기반의 칩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폰-태블릿-PC 역시 단일 생태계화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애플이 새롭게 사업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사실 신규 사업 전부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 뮤직, 애플워치, 에어팟은 좋은 반향을 이끌었다고 하면, 애플뉴스+, 애플TV, 구독형 게임 서비스 아케이드(Arcade)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애플의 스마트 스피커인 홈팟도 시장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가장 최근 선보인 아이폰 SE 2는 애플이 당초 의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 가능하다.

 

◆아이폰 SE 2, 국내에서도 통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19년 2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약 3,852만 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2분기의 아이폰 SE 2 판매 비중 19%를 그대로 적용하면 약 700만 대의 아이폰 SE 2 판매량을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지난 해와 올해의 아이폰 판매량은 차이가 있기에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게다가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스마트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까닭에 실제 판매량은 이보다는 상당히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 SE 2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단비와 같은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애플의 최대 취약점으로 여겨졌던 중저가 라인업을 대응하는 역할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봄-여름 시즌에 아이폰 판매량을 늘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과거 모델의 가격 인하로 이 시장을 공략했던 지금까지의 애플 전략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아이폰 SE 2는 399달러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11에 도입된 A13 바이오닉 칩이 도입되는 등 가성비를 상당히 높인 것도 이목을 끌었다. 또한, 애플 아이폰의 제품 주기상에서 노출됐던 취약점도 보완했다.

 

보통

애플은 이전부터 신모델을 가을에 발표하는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 효과가 감소하는 2분기에는 판매량이 많이 감소한다. 하지만, 올해는 아이폰 SE가 등장해 2분기의 판매량 확대를 이끌 뿐만 아니라 아이폰 SE가 고가 제품군에 영향을 주지 않고 오래된 구형 모델 이용자들의 업그레이드를 이끌었다는 점은 아이폰 사업의 매출-수익 개선과 향후 서비스 사업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아이폰 SE의 효과는 국내에서도 존재했다. 국내에서 애플의 판매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올해 아이폰 SE로 인해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난 1월 21.8%에 달했던 애플의 월 판매점유율이 3월에 11.7%까지 감소했으나, 아이폰 SE가 출시된 5월 17.0%로 다시 증가했기 때문이다.

6월까지의 아이폰 SE 판매량은 약 23만 대로, 판매량 기준 상반기 인기 모델 14위에 랭크됐다. 아이폰의 모델별 판매량으로는 플래그십인 아이폰 11이 SE 모델에 크게 앞서나 국내에서도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는 중저가 시장에 대한 애플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