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OTT 업체들의 최근 동향 및 전략…(1)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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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OTT 업체들의 최근 동향 및 전략…(1) 넷플릭스
  • 정근호 기자
  • 승인 2019.10.16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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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증가 추세 둔화로 위기론 등장
게임-오디오콘텐츠 등 연계 서비스 확대하고 오리지널 투자도 늘려

[애틀러스리뷰] 미국 OTT 시장이 전세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계 OTT 시장의 사실상(de-facto) 표준을 만드는 시장이 되고 있는 미국 OTT 시장에서 그 동안 아무도 넘볼 수 없던 넷플릭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한 OTT 사업자들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미국의 OTT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업체들의 최근 동향과 이를 통해 엿보이는 각각의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확산되는 넷플릭스의 위기론…가입자증가 둔화되고 인기 콘텐츠 수급에도 문제 발생

지난 7월 중순 넷플릭스의 위기설이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2019년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디즈니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OTT 서비스인 ‘디즈니+’ 서비스 내용과 정확하게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가 8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가입자가 순감하고, 전체 유료 가입자 증가세도 둔화되는 가운데, 콘텐츠 제작 비용과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형국을 보이고 있었기에 위기설은 더욱 증폭되었다.

넷플릭스의 매출 추이 (단위: 천달러, 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매출 추이 (단위: 천달러, 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추이 (단위: 천명, 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추이 (단위: 천명, 출처: 넷플릭스)

업계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가입자 감소 자체도 문제로 삼고 있지만, 이를 비용 및 부채의 증가와 연계하여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 및 해외 시장에서 지속적인 가입자 증가 추세가 이어졌기에, 이를 레버리지 삼아 비용과 부채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가입자가 감소하거나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보일 경우 더 이상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자금의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다시 가입자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넷플릭스 분기별 비용 추이 (단위: 천달러, 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 분기별 비용 추이 (단위: 천달러, 출처: 넷플릭스)

또한 가입자 및 실적 지표의 악화 못지않게 시장과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는 부분은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를 견인해오던 인기 콘텐츠들이 속속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NBCU, 디즈니, 워너미디어 등 2010년부터 넷플릭스에 인기 영화와 TV 드라마 시리즈들을 제공하던 메이저 미디어 기업들이 최근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했거나 곧 시작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넷플릭스에 제공해 오던 콘텐츠들을 더 이상은 공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디즈니는 오는 11월 ‘디즈니+’ 런칭 시점과 맞물려 ‘어벤저스’로 대표되는 마블 스튜디오와 인기 애니메이션들을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며, 워너미디어는 2020년 봄 런칭할 ‘HBO Max’에 인기 장수 시트콤 ‘프렌즈(Friends)’의 전편을 독점적으로 제공하겠다고 7월초 발표했다. NBCU 2020년 4월 자체 OTT 서비스 런칭 계획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 인기시트콤 ‘더 오피스(The office)’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들 메이저 콘텐츠 업체들의 인기 드라마 및 영화 이탈은 단순히 콘텐츠 라인업의 축소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넷플릭스의 가입자 유입에 주요한 역할을 하던 ‘앵커(anchor)’ 콘텐츠들이 사라지게 됨을 의미한다. 동시에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이용으로 이어질 잠재 시청자들의 확보에도 중요한 장애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가입자 감소 현상 못지않게 넷플릭스 위기설의 신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본업 강화형 부가 사업으로 대응…게임과 오디오 콘텐츠 연계성 높여

이 같은 안팎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여, 넷플릭스도 다양한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사실 비용과 부채의 증가나 가입자 증감은 단기간에 특별한 대책으로 회복될 성질의 것도 아니며, 외부 경쟁 서비스의 잇따른 런칭도 넷플릭스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변수라는 점에서, 이에 대해 직접 대응하는 특별한 묘수는 나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경쟁 서비스들의 등장은 자신들에게 경쟁압력이 되기는 하지만,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미디어 시장의 규모를 확장한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리밍 미디어 시장의 성장 여지가 아직 남아 있고, 여전히 OTT가 아닌 유료방송을 시청하는 가입자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다양한 OTT 서비스의 등장이 넷플릭스를 위협하기보다는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더 위기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최근 1~2년 사이에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동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기본적인 사업 모델에서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사업 다각화와 본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성급하게 시장 경쟁 증가에 따른 돌파구를 찾기 보다는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사업모델 변화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부가 사업 모델은 이용자의 가입과 이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금 조정보다는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콘텐츠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영상 이외 콘텐츠의 제작, 유통에 나서고, 자체 플랫폼 이외에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게임이나 오디오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제휴와 콘텐츠 제공에 이어, 위성 라디오 방송사들과의 제휴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동사가 주목하고 있는 부가 사업 분야는 ‘게임’과 ‘오디오’ 분야인데, 2019년 7월 인디 게임 ‘컵헤드(Cuphead)’를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존 인기 게임을 활용함으로써, 스토리와 캐릭터 등에 친숙한 게임 이용자들을 애니메이션 시청자로 유입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되는 인기게임 '컵헤드' (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되는 인기게임 '컵헤드' (출처: 넷플릭스)

또한 올해 6월 넷플릭스는 인기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인 에픽 게임즈와 제휴를 발표하고, 7월 넷플릭스의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시즌3 공개를 앞두고 포트나이트를 통해 홍보를 시작했다.

게임과 더불어 오디오 콘텐츠 분야의 다양한 실험에도 나서고 있다. 작년 4월말 ‘살인자 만들기(Making a Murderer)’, ‘천사들의 증언(The Keepers)’과 같은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에 대해 제작진, 예능인, 저널리스트이 이야기하는 오리지널 팟캐스트 쇼 ‘You Can’t Make This Up’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또한 위성 라디오를 통한 오디오 콘텐츠 유통도 시도하고 있는데, 작년 8월 미국 위성라디오 사업자 ‘시리우스XM(SiriusXM)’과 협력해 코미디 라디오 방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특히 시리우스XM에서의 위성 라디오 방송 시도는 동영상이 아닌, 타 장르 플랫폼과 제휴를 맺은 최초의 사건으로 꼽힌다.

 

오리지널 콘텐츠 더욱 강화하고 기존 가입자의 충성도 제고 시도

넷플릭스는 게임, 오디오 분야 등 인접 분야 부가 서비스 강화와 더불어, 오리지널 대작 프로그램 투자와 유명 제작자의 확보 등 본업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우선 지난 8월초 HBO의 유명 TV시리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의 제작자인 데이비드 베니오프(Davi Benioff), 댄 와이스(Dan Weiss)와 2억 달러 규모의 다년간 영화 및 TV 시리즈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2019년 9월에는 인기 시트콤인 ‘사인필드(Seinfeld)’ 전체 180편에 대한 글로벌 스트리밍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오는 2021년부터 넷플릭스 가입자에게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현재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는 대표적인 인기 시스콤인 ‘프렌즈(Friends)’와 ‘더 오피스(The Office)’가 중단되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유명 시스콤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단행하는 조치인 것이다.

8월말에는 iOS 앱에서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희망하는 TV프로그램과 영화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방식인 '콜렉션(Collections)'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동사가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주제(thematic) 기반의 콘텐츠 추천을 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음을 감안하면, 전문가가 장르, 톤, 스토리 라인, 캐릭터 특징과 같은 요인들을 선별해 콘텐츠 추천 목록을 구성하는 '휴먼 주도 큐레이션(human-led curation)'은 기존 넷플릭스 방식과 다른 차원의 접근 방식이다.

9월초에는 넷플릭스가 출시 예정인 신작 맞춤형 콘텐츠 목록인 ‘신작(Latest)’ 섹션 기능을 TV 앱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에 의하면, 맞춤형 신작 콘텐츠를 리마인드 시켜 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해당 기능은 향후 수 개월내에 게임 콘솔과 Roku, 스마트TV용 앱에 적용될 예정이다. 동사는 해당 기능이 향후 TV앱 외에 안드로이드 또는 iOS 앱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신작’ 기능은 넷플릭스 초보자들도 콘텐츠 목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관심 있는 콘텐츠에 이용자들이 참여(engaged)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콘텐츠 이용을 이용자 선택에만 맡기는 넷플릭스의 특성 때문에, 볼 만한 콘텐츠를 찾지 못하고 ‘더 오피스(The office)’ 같은 과거의 인기 콘텐츠만 보게 되는 상황을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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