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OTT 업체들의 최근 동향 및 전략…(2)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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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OTT 업체들의 최근 동향 및 전략…(2) 디즈니
  • 정근호 기자
  • 승인 2019.10.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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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인기 콘텐츠 기반으로 추가 오리지널 제작
훌루와 ESPN 번들링으로 가족 모두가 즐기는 서비스 강조

[애틀러스리뷰] 미국 OTT 시장이 전세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계 OTT 시장의 사실상(de-facto) 표준을 만드는 시장이 되고 있는 미국 OTT 시장에서 그 동안 아무도 넘볼 수 없던 넷플릭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한 OTT 사업자들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미국의 OTT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업체들의 최근 동향과 이를 통해 엿보이는 각각의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올해말과 내년 초에 출시되어 새롭게 경쟁에 참여하게 될 OTT 서비스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대상은 바로 디즈니의 자체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인 ‘디즈니+’이다. TV 드라마와 영화와 같은 영상 콘텐츠는 물론, 게임, 테마파크, 완구 등 전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디즈니가 자체 OTT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올해 2사분기 이후 디즈니+ 사업 전략이 공개되면서 업계가 특히 주목한 것은 기존 유료방송 콘텐츠의 채널 확대나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 테스트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기존 콘텐츠 라인업의 제공은 물론 이를 기반한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기존 OTT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확실한 요금 경쟁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가 보인 것이다.

즉, 디즈니는 디즈니+로 OTT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수준을 넘어 OTT 뿐 아니라 기존 방송 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면서 미디어 업계를 재편하려는 강력한 사업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파격적 요금제 적용…훌루-ESPN과의 번들 상품도 제공

디즈니+의 사업 전략이 가장 잘 공개된 자리는 지난 8월말에 개최된 디즈니의 팬미팅 행사인 ‘D23’ 행사였다. 디즈니는 이 행사에서 디즈니+의 출시가 아직 몇 개월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지역, 요금제, 마케팅 계획, 콘텐츠 라인업 등 비교적 상세한 사업 내용을 공개하면서, D23 행사를 마치 디즈니+ 쇼케이스 행사처럼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디즈니+의 주요 사업 계획을 보면, 단순히 콘텐츠만을 보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요금, 콘텐츠, 서비스,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넷플릭스와 직접 경쟁하거나, 또는 그 이상 수준의 상품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이번 행사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된 디즈니+의 요금 체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미 디즈니+월 요금이 6.99달러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추가 비용 없이 4K 영상과 최대 4대의 동시 기기 지원이 가능한 것이 알려졌다. 이는 넷플릭스에서 4K와 4대 기기 동시 지원을 위해서는 월 16달러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함을 감안할 때, 디즈니+가 상대적으로 요금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넷플릭스나 타 OTT 서비스 대비할 때 디즈니+가 갖는 또 다른 특징은 디즈니 소유의 또 다른 미디어 서비스인 훌루(Hulu) 및 ESPN+와의 번들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디즈니는 지난 8월초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디즈니+와 훌루, ESPN+를 월 12.99달러의 번들링 상품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마블(Marvel), 픽사(Pixar), 루카스 필름(Lucas Film),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등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던 과거와 현재 및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TV 시리즈와 다큐를 아우르는 거의 모든 콘텐츠를 디즈니+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계획이다.

또한 디즈니+ 출시일에 심슨 가족(Simpson Family),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프린세스 브라이드(Princess Bride), 말콤(Malcolm) 등의 고전 영화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101마리 달마시안(101 Dalmatians), 밤비(Bambi), 판타지아(Fantasia) 등 디즈니와 픽사의 고전 애니메이션 및 스타워즈 시리즈도 출시 당일 콘텐츠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다만, 디즈니는 기존의 인기 콘텐츠들을 모아서 다시 보여주는 정도로 디즈니+의 콘텐츠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디즈니+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이다. 루카스 필름에서는 배우 겸 작가인 존 파브르(John Favreau)가 제작 중이며, 이미 두 번째 시즌의 각본을 작성 중이라고 알려진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로그 원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워즈의 프리퀼 시리즈 등이 준비되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에서는 2020년에는 인기 히어로인 팔콘(Falcon)과 윈터솔져(Winter Soldier)를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와 2021년 톰 히들스톤(Tom Hiddleston)이 출연하는 로키(Loki) 시리즈, 스칼렛 위치(Scarlet Witch)와 비전(Vision)의 시리즈, 호크아이(Hwakye) 시리즈 등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 외에도 쉬-헐크(She-Hulk), 미즈 마블(Ms. Marvel), 문 나이트(Moon Knight) 등이 디즈니+를 통해 독점 제공될 예정이다.

 

가족단위 고객 겨냥과 새로운 OTT 문화 정착 시도

훌루 및 ESPN+와의 번들링은 디즈니+의 고객을 고착화(lock-in)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가구 단위 고객을 공략하기에 유리한 이점도 있다. 디즈니+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루카스 필름,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청소년 관람가 수준의 극장 개봉작과 TV 시리즈,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포함된다. 이와 달리 훌루는 성인용 마블 시리즈와 ‘데드풀(DeadPool)’과 같은 폭스의 성인용 콘텐츠를 주로 다룰 것이며, ESPN+는 스포츠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각 서비스별 확실한 특성과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디즈니+/훌루/ESPN+ 번들링을 통해 1) 기존 유료방송(MVPD) 대비 가입과 탈퇴가 비교적 용이한 OTT 서비스의 고객 고착화를 강화하고, 2) 디즈니+와 번들링함으로써 훌루와 ESPN+의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으며, 3) 가족 구성원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의 OTT 서비스로 넷플릭스와의 차별화를 도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넷플릭스는 물론 아직까지 그 어떤 OTT 서비스도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디즈니가 빈지뷰잉(binge viewing)으로 대변되는 기존 OTT의 일시 개봉 방식을 따르지 않고, 기존 TV 드라마처럼 주간 개봉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된다. 가령, 6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6주에 걸쳐 제공된다는 것이다. 주간 콘텐츠 개봉은 현재 훌루와 아마존, HBO Now에도 적용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HBO Now는 독점 스트리밍 콘텐츠가 없고, HBO 채널에 연동되는 주간 개봉 스케줄이다. 디즈니와 훌루에서 제공되는 독점 콘텐츠들은 여기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간 개봉 방식은 새로운 가입자에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조금식 제공함으로써, 가입자 확보와 유지에 유리한 방식일 수 있다. 이는 초기 가입자들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콘텐츠를 점진적으로 추가하면서, 2020년말까지 1천만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디즈니의 목표 달성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빈지뷰잉이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특징이긴 하나, 모든 콘텐츠를 한번에 몰아 볼 시간이 없는 가입자들에게도 호응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디즈니 입장에서는 주간 개봉 방식의 도입이 단순히 넷플릭스와의 차별화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서비스 초반에는 넷플릭스 대비 콘텐츠 수가 부족할 수 있기에 주간 개봉 방식을 채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디즈니 관계자는 “우리의 콘텐츠 전략은 양(quantity)이 아닌 질(quality)에 있으며, 디즈니+에서 런칭되는 콘텐츠가 주간으로 개봉되면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가 되고, 문화적 임팩트를 발생시키기를 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D23 행사에서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한 디즈니는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에서 11월 12일,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11월 19일 디즈니+를 정식 런칭할 예정이다. 동사는 미국 시장 정식 런칭을 정확히 2개월 앞둔 9월 12일부터 네덜란드에서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고, 9월 22일부터는 사전 예약 가입에 돌입했다. 사전 예약에는 Hulu 및 ESPN+와의 번들 상품은 제외되었다.

네덜란드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디즈니+ (출처: TheVerge)
네덜란드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디즈니+ (출처: TheVerge)

정식 서비스 돌입 이후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이어 또 다시 OTT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지속적으로 출시 국가를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언제 정식 출시될지, 그리고 국내 런칭 시 제휴 파트너사가 누가 될 것인지도 향후 지켜봐야 할 이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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