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9에서 드러난 한국 게임산업의 현 주소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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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19에서 드러난 한국 게임산업의 현 주소와 과제
  • 박세아 기자
  • 승인 2019.11.18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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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 성공에도 한국 게임 산업의 과제 드러나
해외 업체 대비 차별성 없는 비즈모델과 IP 기반 시너지 창출 노력 필요
(출처: 한국게임산업협회)
(출처: 한국게임산업협회)

 

[애틀러스리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가 지난 11월 17일 막을 내렸다. 지스타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총 관람객은 17일 오후 5시 기준 24만 4,309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지난 해에 비해 약 3.9% 늘어난 것이다. 특히 기업대상관(BTB)을 찾은 유료 바이어는 전년대비 약 12.3% 증가한 2,436명 수준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는 국내 게임 시장이 활력을 보이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한국 게임 산업의 현 주소와 과제를 잘 보여준 행사가 되었다.

 

게임 산업의 위기감 고조

이번 지스타에는 14년간 개근했던 넥슨과 국내 게임산업을 주도하는 엔씨소프트가 불참했으며, 일부 업체들이 한국 게임사의 가능성을 보였으나, 해외 게임사의 강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게임 산업의 삼대장으로 분류되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중 넷마블만 참석함에 따라 국내 게임산업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개최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메인 스폰서를 글로벌 게임사에 내줌에 따라 게임 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가족단위 관람객의 증가세를 감안할 때에 게임 산업의 위상이 예년과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의 위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대외적인 여건의 측면에서 다양한 규제에 묶여 있다. 또한 게임 산업 자체를 언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함에 따라 국내외 게임산업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게임 중독과 게임 산업을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인식개선 등의 이슈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의 위축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산업 내부의 여건으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내 게임산업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데, 바로 스토리텔링 부재와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이다.

 

타 산업과 시너지 창출할 스토리텔링과 지적재산권 부족

스토리텔링 능력의 부재는 사실 기반 IP(지적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의 부재를 의미한다. IP는 산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국내 게임 산업은 오락성, 흥미유발, 과금 유도 등에 집중하고 있어, 해외 게임 산업과의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의 블리자드(Blizzard)사는 자체 생산하는 소설의 IP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상품을 추가로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등에서는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는 중이다.

IP를 기반으로 산업의 파급력을 높여가는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 산업이다. SF영화 트랜스포머(Transformer)의 프랜차이즈 판권을 보유중인 해즈브로(Hasbro)社는 영상 산업을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완구 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이다. 즉, 영화의 흥행보다는 영화에 대한 이슈를 완구사업으로 치환하기 위한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다.

디즈니(Disney) 역시 자체 스토리라인과 마블(Marvel), 스타워즈(Starwars) 등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상품 판매, 놀이공원 사업을 거쳐 게임 시장에서도 시너지를 창출하는 중이다.

게임산업도 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번 지스타 2019에서 보여준 브롤스타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브롤스타즈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이를 반증하듯 이번 지스타 2019에서 게임대회를 개최하고 가족단위 관광객을 다수 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이 같은 관광객 유치는 인플루언서로 대표되는 다양한 1인 미디어의 성장과 맞물려 게임 산업의 행태가 즐기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프로야구나 농구 등 프로 스포츠로서 구기 종목이 변화한 행태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특색 없는 비즈니스 모델과 e스포츠 연계 어려움도 해결 과제

게임 산업 내부의 두번째 문제는 바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주요 게임을 보면 중국발 양산형 게임과 차별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슈퍼셀, 블리자드, EA 등의 글로벌 게임사에 비해서는 전문적인 영역이 없는 상태이다.

특히 국내 모바일 게임의 형태가 ‘대작’, ‘RPG’ 등으로 집중되고 있는데, 최근 출시되거나 출시 예정인 달빛조각사, V4, 리니지2M, A3:스틸얼라이브, 섀도우 아레나, 검은 사막 등이 모두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와 특색 없는 게임 형태는 e스포츠 연계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RPG와 슈팅 게임은 e스포츠의 인기 장르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롤(LoL, League of Legend)로 대표되는 AOS(Arena of Strife) 형태의 게임이 주요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잘 나타난다.

스타크래프트 형태의 RTS(Realtime Simulation)와 유사한 점은 3인칭 시점에서 화면의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이고, 불확실성은 서로의 정보가 가려진 형태에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에 e스포츠로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은 3인칭의 영역이 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 지원 아닌 업계 스스로의 변화가 필요

당초 국내 게임산업은 리니지로 대표되는 PC기반의 RPG게임과 애니팡 및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캐주얼 모바일 게임이 양분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그리고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 진화와 더불어 RPG형 게임이 모바일로 이식되는 행태가 최근 몇 년간 지속되었다.

그런데, 이는 결국 PC게임을 모바일로 옮겨온 것 이외에는 특별한 전략도, 특징도 없는 상태이다. 펍지는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를 모바일로 옮겨왔으나, 모바일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모바일에서의 게임경험과 PC에서의 게임경험에는 차이가 있다.

현재 국내 게임 업체들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대부분 인앱 결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게임 내부에서 밸런스를 파괴하는 아이템의 구매를 현실화폐로 구매하는 행위는 그 적절성과 함께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함으로써 지속적인 구매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라이엇 게임즈나 블리자드 등의 글로벌 게임사가 게임 내 밸런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인앱 결제를 유도한다는 점과, 방송 등의 타 산업으로 확산을 사업전략으로 가져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에 국내 게임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게임산업은 고사할 수준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대외적인 환경변화를 언급하지만, 이는 비단 국내 업체뿐 아니라 해외 게임사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해외 업체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시도하는 것에 비해 국내 게임 산업은 특별한 대책없이 정부에 대한 정책적 지원만을 바라는 처지이다. 자생력을 갖춘 게임 산업을 위해서는 근시안적인 대처보다, 한국 게임업체만의 독특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 e스포츠로서의 전환 가능성, 파급력 있는 IP에 기반한 타 산업으로의 연계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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