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중저가 요금제, 정부와 이통사 갈등 심화 조짐…기존 패러다임 하에서의 접근은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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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중저가 요금제, 정부와 이통사 갈등 심화 조짐…기존 패러다임 하에서의 접근은 지양해야
  • 정근호 기자
  • 승인 2019.12.0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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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이통사에 중저가 5G 요금제 도입 요구
이통업계, "초기 투자비 부담으로 조기 도입은 시기상조"
이동통신 기술의 성격변화에 따른 요금제 패러다임도 변화해야

[애틀러스리뷰] 지난 11월 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SKT와 KT, LGU+ 등 통신3사 최고경영자와 미팅을 갖고 5G 서비스를 다양한 소비자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5G 중, 저가 요금제 출시를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통신3사는 5G 상용화 1년도 되지 않아 투입돼야 할 비용은 상당하기에 요금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에서 서비스 생태계 확대를 통해 전 세계 5G 시장을 선도하려는 정부와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이통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 최초 5G 상용화를 실제 가시적 성과로 연결 희망

이동통신 서비스 확산을 위해 요금제를 사이에 둔 통신 규제 당국과 업계간에 이견이 표출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5G의 경우 지난 4월 상용화를 하여 아직 서비스 시작 1년이 지나지 않은 이른 시점에서 정부가 중저가 요금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처럼 이른 시점에 정부가 중저가 요금제를 요구한 이유는 크게 통신요금 인하와 5G 생태계 확대라는 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통신요금 인하의 경우 가계통신비를 절감하는 것이 통신정책과 관련된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제 이동통신 서비스는 생활의 필수재가 되었기 때문에 통신비를 인하하는 것은 전체 가구의 부담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가처분소득을 늘려 다른 부문에 지출하게 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이미 4G 시절부터 중저가 요금제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했으며, 보편적 요금제 카드를 통해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중저가 요금제를 강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인 5G에 대해서도 조기에 중저가 요금제를 도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이 큰 부담없이 새로운 통신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저가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은 5G 가입자를 늘림으로써 서비스 및 단말 업체들이 이들을 겨냥해 새로운 혁신적인 서비스와 단말을 출시하도록 하여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전 세계 5G 생태계를 주도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미국과 중국 등 ICT 강대국에서 5G 상용 서비스가 시작되는 상황이기에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이어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만 가입자를 달성하는 등의 정책 성과를 위한 차원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통3사, “중저가 요금제 도입은 시기상조”

정부의 요구에 대해 이통3사는 난색을 표했다. 지난 3분기에 2조 1,900억 원을 설비투자비(CAPEX)로 지출하고 마케팅 비용에도 2조 900억 원 이상이 투입되었다. 2분기의 이통3사 CAPEX와 마케팅 비용도 각각 2조 1,000억 원과 2조원을 넘었다. 실제로 박정호 SKT 대표는 “가입자가 너무 부족하고, 망 구축에 돈이 많이 들어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빠른 5G 가입자 증가가 정책적 노력의 성과일 수는 있겠지만, 실제 이를 수행하는 것은 이통사들이다. 이제 막 가입자가 400만명을 넘어선 상황이기에 기존 투자비의 회수는 물론 앞으로도 막대한 설비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국내외적으로 5G가 통신업계와 단말 업계가 기대하는 새로운 매출 창출 동인이 될 것인지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기에 정부의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 요구가 이해는 되나, 시장 현실과 국내외 통신산업 현업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주요국가의 통신시장이 정체기이며,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5G가 내년 통신 업계의 ARPU 증대와 스마트폰 시장 회복의 주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5G 시장을 기존의 2G~4G 시장과 같이 특정 주파수를 자금력을 가진 통신사들에게 할당하고, 통신사의 투자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가입자가 지불하는 요금 기반 매출로 투자비를 원활하게 회수하는 선순환 구조가 ‘당연히’ 구축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아직까지 5G의 ARPU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확실한 킬러 서비스와 콘텐츠가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이를 발굴하고 시장에 안착 시키기 위한 이통사들의 유무형의 투자는 가입자 전환을 위한 마케팅 비용 만큼이나, 통신업계의 부담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위한 ‘인프라’ 특성을 고려한 요금제 패러다임 필요

이동통신 서비스는 음성통화를 거쳐 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객군도 더욱 확대되었다. 이제 이동통신 서비스는 개인이 중심이 된 컨슈머 대상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모든 산업의 효율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산업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실제로 5G는 초저지연과 초접속 특성을 기반으로 컨슈머 시장이 아닌 기업시장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의 버라이즌이나 AT&T는 장기적으로 5G를 통해 기업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국내 이통사들도 스마트 팩토리와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업시장용 솔루션과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이통사는 물론 정부도 이동통신 요금제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단순히 데이터 한도에 따라 차등화되는 현재의 요금제 구조에서 벗어나 최대 속도와 지연시간 등 다양한 기준에 의해 차등화되는, 그리고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에 의해 등장할 세부적인 니치마켓의 특성을 고려한 요금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실제로 핀란드의 이통사 엘리사(Elisa)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에 따라 5G 요금제를 구성했으며, 향후 지연시간에 따른 요금제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5G는 B2B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설망의 등장이 가능하며, 전 세대의 이동통신 기술 대비 개방된 산업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릭슨과 노키아 등 글로벌 벤더들이 사설망 관련 기술과 솔루션을 내놓고 있으며, 독일 당국은 사설망 라이선스를 발급하기도 했다.

5G 시대는 통신업계가 단독 MNO(mobile network operator)가 되는 모델에서, 다양한 업종과 태생의 사업자도 MNO가 될 수 있는 개방형 모델로 전환되는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메이저 단말 제조사 뿐만 아니라, 중국의 차이나 모바일이나 프랑스 오렌지 등이 자체 브랜드의 5G폰을 내놓고, 가입자 확보를 위한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단말 제조사들의 가격 전략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5G로의 전환은 단순히 기술 방식의 ‘세대 전환’이 아니다. 이통사와 단말 제조사가 주도하고, 경쟁의 룰을 설정하는 시대가 종료되고, 이동통신 인프라가 ‘통신망’에서 ‘생활정보망’으로 전환되는 ‘시대의 전환’이기에 이에 걸맞는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5G가 단순 통신망이 아니라 생활정보망이 되기에 더더욱 보편성과 중저가 요금제 출시와 같은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함이 일견 당연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통신사의 5G 망이 단순히 민간 사업자의 서비스망이 아니라, 국가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한 다양한 정책적 고려가 반영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중저가 요금제를 비롯해 5G 조기 확산을 둘러싼 당국과 통신업계의 이견이 표출될 수 있지만, 결국 해법의 방향은 통신사들이 기술, 시장, 이용자,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애 부합하는 서비스와 콘텐츠 중심의 5G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이를 정부가 이해하고 지원하는 시장친화적 정공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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