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션셀, 스마트폰 사업 중단 선언…경쟁구도 고착화로 신생업체 어려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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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션셀, 스마트폰 사업 중단 선언…경쟁구도 고착화로 신생업체 어려움 가중
  • 정근호 기자
  • 승인 2020.02.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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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창업
최초의 노치 디자인 적용 'PH-1' 발표했으나 실적 악화로 결국 사업 중단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가 근본적 원인
(출처: 에센셜)
(출처: 에센셜)

[애틀러스리뷰]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알려진 앤디 루빈(Andy Rubin)이 2017년 창업한 모바일 단말 제조사 ‘에센셜 프로덕트(Essential Products)’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미 경쟁구도가 고착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생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에센셜, 최초의 노치 디자인 스마트폰으로 주목받아

앤디 루빈이 구글을 퇴사하고 창업한 에션셜은 애플에 앞서 세계 최초로 노치 디자인을 적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PH-1’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PH-1은 단말 후면에 마그네틱 방식으로 여러 액세서리를 부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일종의 모듈형 액세서리 추가 방식으로 볼 수도 있다.

노치 디자인이 최초로 적용된 에센셜의 PH-1 스마트폰 (출처: 에센셜)
노치 디자인이 최초로 적용된 에센셜의 PH-1 스마트폰 (출처: 에센셜)

엔디 루빈이라는 거장이 창업했으며, 기존의 다른 제품과는 다른 참신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에센셜은 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3억 3,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또한, 다른 제조사보다 앞서 2년간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지원한다고 밝히는 등 사후지원도 강조함으로써 차별화를 추구했다.

이처럼 주목을 받으면서 에센셜은 스마트 안경 특허 출원은 물론 스마트홈 제품 개발과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비서 개발 소식을 알리는 등 스마트폰 이외 영역으로의 공격적인 진출 계획도 발표했다.

 

기대에 못 미친 극히 저조한 판매량 기록

그러나 PH-1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처참한 실패를 기록했다. 에센셜의 적극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서의 반응이 따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PH-1은 미국에서 스프린트(Sprint)를 통해 2017년 9월 독점 출시됐으나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스프린트 자체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업계에서는 출시 첫달 판매량이 5천 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한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에센셜은 출시 두 달만에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였으며, 2018년 2월까지의 누적 판매량도 9만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실적 악화로 인해 이미 2018년 5월부터 회사의 매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같은 해 10월 대규모 정리 해고가 진행되었고 2018년 12월 말 PH-1은 공식적으로 단종되었다.

엔디 루빈은 2019년 초에는 ‘프로젝트 젬(Prodect Gem)’으로 불린 두 번째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으나 이 역시 결국 출시되지 못했다. 또한 앤디 루빈이 구글 재직 당시 있었던 성적 스캔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 역시 에센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엔디 루빈이 회사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말 그대로 에센셜이 폐업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타 업체에 매각되는 것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을 감안할 경우,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존도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사업에서 실패

스마트폰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사업을 접은 업체는 비단 에센셜만이 아니다. 전자상거래 및 클라우드 시장에서 전 세계 최대 업체인 아마존 역시 스마트폰 사업에서 실패를 경험한 대표적인 업체이다.

전자책 리더기 ‘킨들’을 통해 자체 브랜드 하드웨어 사업에 대한 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한 아마존은 개인단말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기로 결정하고 오랜 기간에 걸친 개발 과정을 마치고 지난 2014년 7월 미국에서 ‘파이어폰(Fire Phone)’을 공식 출시했다.

아마존의 파이어폰 (출처: 아마존)
아마존의 파이어폰 (출처: 아마존)

미국 2위 이통사인 AT&T를 통해 독점적으로 출시된 파이어폰은 아마존의 커머스 서비스에 최적화되고,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기능들이 탑재되어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예상보다 높은 가격(650달러, 약정 시 200달러)과 다른 안드로이드 폰에서 제공되는 일부 기능이 제공되지 않았던 점 등으로 인해 큰 실패로 끝났다.

파이어폰의 판매량은 출시 3개월이 지난 2014년 10월 기준으로 약 3만5천 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이에 아마존은 2014년 3분기에 1억7천만 달러를 손실 처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재고처리를 위해 지속적인 가격인하가 진행되었는데, 2015년 1월에 판매가가 189달러로 인하된데 이어, 7월에는 언락 버전의 판매가를 159달러로 또 다시 인하했으며, 8월에는 130달러까지 내려갔다. 결국 아마존은 당초 계획에 있었던 파이어폰의 후속 모델 개발을 백지화했다.

물론, 파이이폰이 아마존에게 완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만은 아니다. 아마존은 해당 스마트폰의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으며,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이용해 ‘에코’라는 스마트 스피커를 만들었던 것이다.

 

신생업체가 공략하기 어려운 경쟁구도 이미 확립돼

에센셜이 처음 스마트폰을 선보였을 때 타 업체에 앞서는 디자인 트렌드와 제품 사양을 선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에센셜만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축적되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미 2년전부터 매각설이 나왔다는 점에서 연구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기가 아닌 정체 또는 침체기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경쟁 강도가 더 높아지고 있으며, 상위 업체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상위 5개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즉, 수 많은 후발주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장에서 더욱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신생업체들이 자리를 잡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우후죽순 등장했던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상당수가 정리되는 양상이다. 더 이상 신규 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과거에는 일부 중소 제조사들이 특정 지역을 노리고 출시하는 특화폰이나 니치마켓을 겨냥해 출시하는 제품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 이 같은 세부 시장에서도 기존의 거대 제조사들이 자체 브랜드 또는 서브 브랜드를 통해 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어, 신생업체나 후발업체들에게는 그 기회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번 에센셜의 사업 중단 선언은 창업자인 앤디 루빈의 스캔들로 인한 기업 명성 하락과 큰 영향력이 없는 특정 이통사와의 독점유통 계약과 같은 전략적인 측면에 기인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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