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가 주목하는 히어러블...(3) 역할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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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가 주목하는 히어러블...(3) 역할과 한계
  • 정근호 기자
  • 승인 2020.02.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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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도 AI 기술 접목하며 스마트 히어러블 단말로 발전
애플의 소리증폭기 및 보청기 시장 진입 가능성도 존재
헬스케어 단말로서의 성장 가능성 커져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지난 1월 개최된 CES 2020에서는 여러 오디오 전문업체 및 스타트업들이 애플의 에어팟 프로에대응하는 완전 무선 이어폰(True Wireless Stereos, TWS)을 선보인 데 이어 원모어(1More), 오디오-테크니카(Audio-Technica), 파나소닉(Panasonic), 클립슈(Klipsch), 누히어라(Nuheara) 등도 ANC 기능을 강조한 TWS를 공개했다.

그러나 애플은 점차 발전 중인 히어러블 시장에서도 앞서가는 가운데, 향후 상당한 수준으로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보청기(Hearing aid) 및 PSAP(음성증폭기, Personal Sound Amplification Products) 시장을 위한 행보도 이미 시작했다. 이를 위해 iOS 자체에서 전문업체의 최신 디지털 보청기 연결 기능을 도입하고 아이폰을 일종의 지향성 마이크로 이용해 에어팟에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 등을 추가한 것이다.

이렇듯 보청기와 PSAP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여러 보청기 업체들이 참여해 AI를 접목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선보임은 물론, 히어러블 단말이 헬스케어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지는 이번 기사에서 히어러블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짚어본다.

 

‘소음성 난청 주의보’에 빠르게 성장 중인 전 세계 보청기 시장

일반 헤드셋과 더불어 엄청난 시장규모를 보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히어러블 단말이 존재한다. 바로 ‘보청기(Hearing aid)’다. 보청기는 난청으로 진단된 환자의 귀에 장착해 소리를 증폭 시켜 전달하는 기구로 난청인 각각의 청력에 맞춰 동작하는 의료기기다. 보청기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개발되는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 이후 구매가 가능하며, 판매가가 수천 달러 수준으로 매우 비싼 편이라는 약점이 있다.

현재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고령화 인구 증가와 어린 시절부터 과도하게 헤드폰 등을 높은 볼륨으로 이용하면서 소음성 난청 증상을 보이는 젊은 층이 늘어나는 중이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전 세계 난청 인구가 4억 7천만 명이며, 2050년에는 9억 명까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12~35세 젊은 층 11억 명도 청각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 세계 보청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케네스 리서치(Kenneth Research)’는 글로벌 보청기 시장은 2017년 70억 달러 규모에서 2018~2025년 연평균 7.0% 성장해 2025년 12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역시 2020년 전 세계 보청기 시장규모가 124억 2천만 달러(13조 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업체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는 차이가 있지만, 빠른 속도로 시장규모가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견해가 일치했다.

국내 보청기 시장도 비슷하다. 한국 노인 인구 비중은 2016년 13.2%에서 2020년 15.7%, 2030년 24.3%, 2040년에는 32.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청기가 필요한 인구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청기 보급률이 상당히 낮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에 따라 향후 시장 규모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2015년 보청기 등 보장구 지원 액을 30만 원에서 131만 원으로 늘렸으며, 지자체들도 노년층에게 보청기 보급을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국내 보청기 시장이 2020년 기준 약 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보청기,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하며 경쟁 더욱 심화

보청기가 과거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경됨에 따라. 차츰 히어러블 단말로서 보청기의 발전을 이끌었다. 최근 보청기는 블루투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스마트폰이나 TV 등의 가전기기와도 연동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자신만의 소리를 듣기 위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반면, 이제는 스마트 기기 연동으로 보청기를 통해서도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등의 이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보청기 제작사들은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모바일 앱을 제공해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출력 조절, 보청기 피팅 등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즉, 일반 디지털 보청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 보청기, 새로운 히어러블 단말로 전환 중인 모습이다.

형태 측면에서도 귀에 걸치는 비교적 큰 크기의 보청기부터 일반 이어폰과 유사한 디자인, 귓속에 삽입하는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제공되면서 각 개인의 취향과 이용환경에 따른 선택이 가능해졌다.

기존 보청기 전문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외 스마트폰, 헤드폰, ICT 서비스 및 플랫폼 부문의 대기업들과 스타트업들도 일반인/난청환자용 웨어러블 디바이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보청기를 직접 스마트폰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애플은 지난 2013년 iOS 단말용 액세서리에 대한 인증 프로그램인 ‘MFi(Made For iPhone)’를 보청기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MFi 인증을 받은 보청기는 아이폰에 직접 연동돼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음악이나 동영상을 보청기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출처: A Blog for Biomedical Engineers
출처: A Blog for Biomedical Engineers

히어러블 단말, 보청기·청진기 등 AI 기술 통한 헬스케어 단말로 도약

이처럼 보청기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보청기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 바로 인공지능(AI) 기술의 적용이다. 타 업체보다 비교적 늦은 1983년 창업한 스타키는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동사의 보청기를 착용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 동사가 전 세계 최초로 내장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고 주장한 ‘리비오 AI(Livio AI)’를 출시하면서 보청기에서의 인공지능 기능 도입이 본격화됐다. 리비오 AI는 인공지능 및 탑재된 센서들을 활용해 건강 상태와 물리적 활동 등에 따라 소리를 다르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청기 성능이 보다 개선되고는 있지만, 잠재이용자들에게 가장 큰 장벽은 높은 가격과 구입의 불편함을 꼽을 수 있다. 보청기는 의료기구로서, 가격이 상당한 수준임은 물론 의사의 진단을 받고 지정된 매장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구입 자체가 상당히 번거롭다. 미국에서는 실제 보청기가 필요한 사람 중 상당수가 구입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지하면서 구입 전 의학적 검사 의무 완화, 경중도 성인 난청자에 한해 청각 전문가 도움 없이 일반 상점 카운터에서 보청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구입 장벽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밖에 의사가 이용하는 청진기도 전문화된 히어러블 단말이 될 수 있다. 2013년 설립된 ‘에코(Eko)’가 주목받고 가운데, 동사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헬스케어 상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디지털 청진기와 심전기 기술을 결합한 최초의 심장 모니터를 개발, 전 세계 3천 개 이상의 병원 등 의료기관에 공급했다. 삼성전자가 2016년 출시했던 TWS인 ‘아이콘 X’에 심박수 측정과 같은 피트니스 트래킹 기능을 제공했으나 배터리 소모량 증가 및 단말 자체 이용 시간 감소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결국 소리 전달 기능만 강조됐다.

그러나 헬스케어 단말로서 히어러블 단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실제로 애플을 비롯한 여러 업체가 히어러블 단말에 생체신호 측정용 센서를 탑재하는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현재 히어러블 단말이 음악 감상이나 음성통화를 위한 일반인 대상의 이어폰 또는 헤드셋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크지만, 향후 히어러블 시장은 보청기와 소리증폭기 시장으로 확대돼 헬스케어 단말로서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위해 업체 간 합종연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착용형' 단말이라는 점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존재

새로운 퍼스널 스마트 단말로서 ‘히어러블 단말’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이미 관련 기술 개발과 더욱 커지는 시장규모, 그리고 연계 서비스에 대한 높은 관심 등으로 그 잠재력이 실현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히어러블 단말도 아직 몇몇 한계를 지니고 있다.

기본적으로 귀를 중심으로 얼굴에 착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무게와 착용감이 상당히 중요하다. 장시간 착용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새로운 기능을 위한 센서들과 오래 지속되는 이용 시간을 위한 배터리 탑재에는 제약으로 존재한다. 탑재되는 센서가 늘어나고 보다 용량이 큰 배터리를 탑재한다면, 단말 자체 무제나 크기가 커져 착용에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히어러블 단말은 대부분 블루투스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과 같은 타 기기와 연동돼 이용하는 형태다. 이로 인한 제약 사항도 존재하는데 우선 블루투스를 통한 연결의 안전성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연동되어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히어러블 단말의 모든 기능을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스마트폰과 같은 컴패니언(Companion) 단말을 같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통신 단말을 귀에 착용한다는 점에서 전자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휴대폰에서 발산되는 전자파가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각 제조사는 발신되는 전자파를 규제에 맞춰 최소화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실정이다.

히어러블 단말의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사람들이 소리를 어떤 형태로 인지하고 어떤 서비스를 통해 소리를 듣는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다른 IoT 단말과 마찬가지로 단말-서비스의 번들링을 통한 추가적인 이용 가치 제공이 향후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히어러블 단말과 관련된 경쟁 구도와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히어러블 단말의 발전이 단순히 귀에 착용하는 단말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단말-플랫폼-네트워크-콘텐츠가 모두 아우러지며 보다 윤택하고 편안한 삶을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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