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단말 스타트업들, 저조한 실적으로 사업중단과 전략변화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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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단말 스타트업들, 저조한 실적으로 사업중단과 전략변화 이어져
  • 박세아 기자
  • 승인 2020.05.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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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리프, 경영 위기 속 B2B 시장 공략으로 방향 전환
AR 단말 스타트업들, 연이어 사업 중단 발표
애플/페이스북/구글은 오히려 제품개발 강화
매직 리프(Magic Leap)의 제품 이미지. (출처: 매직 리프)
매직리프(Magic Leap)의 AR 글래스 이미지. (출처: 매직리프)

[애틀러스리뷰] 미국의 대표적인 증강현실(AR) 단말업체 ‘매직리프(Magic Leap)’가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인해 경영 위기에 처했다. 이에 매직 리프는 지난달 22일 1천 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일반 이용자 대신 기업(B2B) 시장 중심으로 전략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AR 단말 업체의 위기는 매직리프만이 아니다. 이 외에도 여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거대 IT업체들은 오히려 AR 단말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매직 리프, 위기 극복 위해 사업 전략 전환 선언

매직리프는 구글, 알리바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Saudi Arabia’s Public Investment Fund)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26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은 대표적인 컨슈머용 AR 하드웨어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매직리프의 로니 아보비츠(Rony Abovitz) CEO는 대대적인 사업 전략 변경을 선언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개인용 AR 단말업체임을 강조해 왔으나 최근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통해 “우리 기술을 기업 분야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시장 상황에 맞춰 기업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AR 기술의 발전이 용이하고, 매직리프2 제품 판매를 실현할 수 있음은 물론, 실제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 것이다.

매직리프는 2019년 말 3,000달러로 가격이 책정된 B2B 비즈니스 패키지 ‘Magic Leap Enterprise Suite'를 출시하는 등 이미 개인용 기기를 기업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했다. 이는 기업시장의 증강현실과 혼합현실 수요를 공략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와 같은 경쟁 제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매직 리프는 기업용 비즈니스 패키지 'Magic Leap Enterprise Suite'를 선보였다. (출처: 매직 리프)
매직 리프는 기업용 비즈니스 패키지 'Magic Leap Enterprise Suite'를 선보였다. (출처: 매직 리프)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실제로 매직리프가 회사 매각이나 파트너십 체결, 추가 투자유치 등을 포함한 여러 전략적 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루머가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이후 구글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은 매직리프는 2018년이 되어서야 디스플레이, 오디오 및 외부 카메라 센서가 탑재된 헤드셋 '매직리프 원 글래스(Magic Leap One glasses)'를 출시했다. 그러나 판매가가 2,295달러로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매우 비쌌으며, 결국 제품 출시 이후 6개월간의 판매량은 6,000개에 그쳤다. 이는 로니 아보비츠 CEO가 예상한 판매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결과이다.

 

매직리프 외에도 사업 중단 선언 AR 스타트업 연이어 등장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일부 업체들은 AR이 모바일에 이어 성공적인 차세대 하드웨어 기술이 되리라 전망했지만 성공적인 AR 하드웨어 사업을 구축한 스타트업은 아직 없다. 특히 지난해에는 AR 단말 업체인 ‘ODG(Osterhout Design Group)’, ‘메타(Meta)’, ‘다크리(Daqri)’ 등 주목을 받았던 스타트업 3곳이 사업을 중단했다.

2013년 메론 그리베츠(Meron Gribetz)가 설립한 메타는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트' 캠페인 성공, CES 2014 제품상 수상, 그리고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업계의 큰 기대와 관심 속에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2018년 미-중 무역전쟁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 기업의 투자 계획이 철회되는 등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급격히 사업이 악화되었다.

또 다른 AR 스타트업 ODG는 AR 시장의 초기 개척자로서 2016년에는 21세기폭스가 주도한 5,80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받기도 했다. 당시 ODG는 엔터프라이즈 중심 제품인 R-7 글래스에 대해 수천 건의 주문을 받고 있었다. 이 제품은 작업자가 점검 목록과 문서를 검토하며 핸즈프리 라이브 비디오 피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머리 착용형 안드로이드 기반의 단말이다.

 

ODG의 Ralph Osterhout CEO. (출처: ODG)
ODG의 Ralph Osterhout CEO. (출처: ODG)

그러나 ODG 역시 사업악화를 피하지 못했으며, 중국 기업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이 역시 대외적인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매직리프나 페이스북과 같은 업체들과의 인수 협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2007년 설립된 다크리는 2017년 중반 2억 7,500만 달러의 자금을 모금한 바 있지만, 매직리프 및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포함한 경쟁 업체들과의 경쟁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었다. 다크리는 잠재적인 IPO에 앞서 자금 조달을 위해 대규모 사모 펀드 회사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술적 한계 등으로 결국 중단에 이르렀다.

이처럼 AR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한 신기술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는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매직리프처럼 오랜 기간 기술 개발에만 매진하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은 AR 사업 활발히 추진

이에 반해 적극적으로 AR에 투자하는 곳도 있다. 바로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이야기다. 그중 애플은 ARKit를 발표하는 등 증강현실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으며, 자체적인 헤드셋을 개발 중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애플이 AR 기반 내비게이션 시스템 개발 업체 ‘덴트리얼리티’와 제휴를 맺거나 가상현실(VR) 생중계에 특화된 스타트업인 ‘네스트VR(NextVR)’의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네스트VR은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VR 작업에 특화돼 있으며, 플레이스테이션VR, 오큘러스, HTC, MS 등의 헤드셋에 여러 언론사 및 스포츠 단체와 협력해 실시간 VR 이벤트를 제공한 바 있다.

특히 네스트VR은 VR 부문에서 동영상 스트림을 업스케일링 하는 특허 기술 등 4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여 뛰어난 기술력과 전문성을 보여주고 있는 업체이다.

 

애플이 자체적인 헤드셋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LeaksAndRumors)
애플은 자체적인 헤드셋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LeaksAndRumors)

페이스북은 지난 3월 AR 글래스에 이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 LED 제조사 플레시(Plessey)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플레시는 고해상도(high pixel-density) 및 고휘도(high brightness)가 특징인 풀필드 이미시브(full-field emissive) 마이크로 LED를 개발하는데, 이는 높은 화소의 음영 및 밝기를 모두 보장한다.

이미 VR 단말 오큘러스를 제공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수년간 AR 글래스 개발을 추진해왔으며. AR이 소셜 네트워크 부문에서 새로운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제품의 상용화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마이크로 LED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R 단말 시장에 비교적 초창기부터 진입했던 구글은 올해 2월 산업용 AR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2’의 공식 출시를 선언했다. 그간 '글래스 파트너(Glass partner)'에게만 판매했지만, 이제 제품을 공식 출시해 누구라도 구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구글은 지난 2012년 일반 소비자용 글래스를 출시한 이후 2019년 칩셋 업그레이드 및 카메라 성능 등의 AR 기능 강화와 원격 지원이 가능한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2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이처럼 비교적 초창기에 시장에 진입한 AR 단말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에 글로벌 IT대기업들은 오히려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양상이다. 그러나 아직은 업계의 AR에 대한 관심에 비해 실제 시장 성과는 좋지 않은 상황으로, AR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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