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스팀VR의 맥OS 지원 중단 선언…애플과 VR 영역서 경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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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 스팀VR의 맥OS 지원 중단 선언…애플과 VR 영역서 경쟁 조짐
  • 정근호 기자
  • 승인 2020.05.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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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애플, ‘17년 VR 관련 협업 시작
밸브, 스팀VR의 맥OS 지원 철회로 양사간 갈등 본격 노출
높아지는 애플의 진입 가능성에 밸브의 사전 견제 시작
미국 게임회사 '밸브(Valve)'의 VR 콘텐츠 플랫폼 ‘스팀VR(SteamVR)’. (출처: 밸브)
'밸브(Valve)'의 VR 콘텐츠 플랫폼 ‘스팀VR(SteamVR)’. (출처: 밸브)

[애틀러스리뷰] 대표적인 게임 유통업체 ‘밸브(Valve)’가 최근 자사의 VR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스팀VR(SteamVR)’의 애플의 맥OS 지원을 중단하고 윈도우와 리눅스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밸브가 애플과 파트너십을 맺고 ‘Metal for VR’을 출시하면서 양사간 협업이 시작되었는데, 밸브다 2년 만에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밸브가 맥OS 지원을 중단하게 된 배경과 더불어 그 이유를 짚어본다.


밸브, VR 기기 확대에 게임유통사업을 VR로도 확대

밸브가 2014년부터 제공한 스팀VR은 VR 전용 게임 유통 플랫폼이다. 그 당시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와 HTC, 소니 등 다양한 업체가 연이어 VR 헤드셋을 선보이던 시기였다. 그리고 각 제조사들은 VR 단말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특히 ‘게임’이 킬러앱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소니가 가정용 게임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 기반의 VR 헤드셋을 개발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에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을 운영 중이던 밸브 역시 ‘VR 게임’ 영역의 유통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특히 밸브는 자사가 유통하는 게임들을 여러 업체의 VR 단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격을 발표하고 해당 규격에 맞춘 업체들의 제품에 인증을 제공한 바 있다. 이는 VR 단말 시장이 파편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용자가 어떤 플랫폼의 단말을 이용하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스팀VR을 통해 원하는 게임을 구매할 수 있음이 강조된 것이다.

현재 HTC의 바이브, 오큘러스의 VR 헤드셋 등이 지원되며, 전부 PC 기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큘러스의 독립형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도 스팀VR을 이용할 수 있지만,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소니의 경우에는 자체 콘솔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스팀VR은 현재 HTC의 바이브, 오큘러스의 VR 헤드셋, 스팀의 자체 VR 헤드셋인 ‘밸브 인덱스(Valve Index)’ 등이 지원된다. (출처: 밸브)
스팀VR은 HTC, 오큘러스의 헤드셋과 밸브 자체 헤드셋 등을 지원한다. (출처: 밸브)

스팀은 자체 VR 헤드셋인 ‘밸브 인덱스(Valve Index)’도 판매 중이며, 당연히 이 단말고 스팀VR을 지원한다. 특히 밸브는 최근 HP와 공동 개발한 신형 VR 헤드셋을 공개하기도 했다. 신규 VR 게임 ‘하프 라이프: 앨릭스(Half-Life: Alyx)’ 출시에 발맞춰 게임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VR 헤드셋을 출시한 것이다. 양사의 이러한 협력아 룸스케이블 가상현실을 시스템을 지원하는 '스팀VR'과 호환성을 확보하고 있을 것임은 당연하다.

 

밸브, '17년 시작한 애플과의 VR 협력을 2년만에 중단

2017년 밸브는 스팀VR의 맥OS 지원을 알리며 애플과 협업관계를 구축했음을 선언했다. 특히 그해 열린 애플 개발자회의 WWDC 2017에서는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Dederighi) 수석부사장이 직접 무대에 나와 밸브와의 협력을 발표하는 등 큰 기대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밸브는 맥OS 지원 개시 2년 만에 중단을 발표했다. 밸브가 스팀VR의 맥OS 지원을 중단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바로 ‘시장성’이다. VR 시장 자체가 업계의 기대와 달리 그리 커지지 않는 상황인데, 이 중에서도 맥OS 유저들의 비중이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밸브의 최근 조사에서는 스팀VR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저의 4%만 맥O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밸브 입장에서는 VR과 관련된 역량을 그나마 시장성을 보이는 부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맥북 프로가 오큘러스 및 스팀VR 플랫폼의 최소 사양을 충족시키지 못한 점을 본다면 이러한 조치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17년 밸브는 애플과 협력해 맥OS의 지원을 시작했다. (출처: 밸브)
2017년 밸브는 애플과 협력해 맥OS의 지원을 시작했다. (출처: 밸브)

애플의 자체 VR/AR 단말 개발이 실제 지원중단 이유일 수도

그러나 무엇보다 애플이 이르면 2021년, 늦어도 2022년 출시를 목표로 자체 VR/AR 헤드셋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 밸브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물론, 애플이 개발 중인 VR/AR 헤드셋에 대해 상세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며, 애플은 이에 대해 개발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미 애플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황증거가 다수 존재하고 있으며, 실제로 애플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연이어 영입하고 관련 스타트업 인수도 가속화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초 애플이 출원한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비롯해 맥북(MacBooks)에도 A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의 가상 오디오 포지셔닝 관련 특허는 홈팟과 유사하게 스피커 출력을 방의 음향 특성에 맞게 조정할 수 있고 게임, AR 앱 등 엔터테인먼트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VR 스타트업 ‘네스트VR’ 인수 소식을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애플의 VR/AR 전략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만약 애플이 해당 제품을 출시한다면 아이폰이나 맥에 연결해 이용하는 스마트 글래스 형태가 될 여지가 다분하다.

 

애플이 아이폰이나 맥에 연결해 이용하는 스마트 글래스 형태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 (출처: Pixabay)
애플은 아이폰이나 맥에 연결해 이용하는 스마트 글래스 형태의 VR/AR 단말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Pixabay)

이 경우 애플이 해당 사업을 위해 이용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주는 애플리케이션 발굴을 시도하면서 현재의 앱스토어처럼 VR/AR 애플리케이션을 유통할 수 있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선보인다면 밸브와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애플의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더 많은 업체들이 애플의 VR 플랫폼을 지원하게 될 경우 밸브 입장에서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VR 게임 영역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 PC를 위한 앱스토어를 제공함으로써 애플리케이션의 통제력을 유지하고 구독형 게임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 측면의 신사업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VR 앱에서도 이 같은 통제력을 위해 플랫폼 개방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밸브가 스팀VR을 통해 VR 애플리케이션의 유력 유통 채널로 자리 잡게 된다면, 애플이 추진하는 서비스 사업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이번 밸브의 스팀VR에 대한 맥OS 지원 중단은 단순히 현재의 유저 수가 적다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향후의 VR 애플리케이션 유통을 둘러싼 애플과 밸브의 이해관계 충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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