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 게임으로 살펴보는 게임 속 상품 마케팅 전략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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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숲’ 게임으로 살펴보는 게임 속 상품 마케팅 전략의 변화
  • 정근호 기자
  • 승인 2020.05.06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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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게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판매량 급증
패션 브랜드, '동물의 숲' 통해 실제 의상 디자인 아이템 제공
게임 속에서 맞춤형 광고 노출하는 ‘동적 IGA’ 사례는 더 늘어나
'동물의 숲' 게임 이미지. (출처: Valentino 인스타그램)
발렌티노가 제공한 '동물의 숲' 게임 속 캐릭터 의상. (출처: Valentino 인스타그램)

[애틀러스리뷰] 유명 패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와 ‘발렌티노(Valentino)’가 닌텐도의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New Horizons)’에 실제 상품 디자인을 적용한 맞춤형 의상을 제공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게임 유저는 각 패션 업체의 트위터에서 의상을 받을 수 있는 ID 코드를 확인한 후 게임 내의 에이블 시스터 상점(Able Sisters shop, 마이 디자인 단말기)에 등록해야 받을 수 있다.

사실 해당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게티 미술관 역시 유사한 사례가 있다. 이 미술관들은 전시된 컬렉션을 동물의 숲에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했다.

이처럼 여러 분야의 업체들이 게임 업체와 협업하는 배경에 주목해본다.


코로나19 사태로 닌텐도 ‘동물의 숲’ 인기는 더 높아져

닌텐도가 제작한 ‘동물의 숲’은 마리오 시리즈와 함께 닌텐도의 대표 게임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되었다. 2001년 4월 처음 출시된 해당 게임은 이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모바일 버전 게임도 제공되고 있다.

동물의 숲 시리즈는 출시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올해 3월 선보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수백만 명이 실내에 머무르게 되면서 비디오 게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이 발표한 판매 수치에 의하면, 콘솔이 판매는 전년 대비 63% 증가한 4억 6,1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 3월 가장 많이 팔린 콘솔로 등극했다. 

이 상황에서 새롭게 판매되기 시작한 '모여와요 동물의 숲'은 말 그대로 전세계를 강타했다. 일본 게임 매거진 ‘패미통(Famitsu)’에 따르면 동물의 숲은 일본에서 출시 3일 만에 188만 장을 판매했다.

올해 3월 닌텐도가 출시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New Horizons)'. (출처: 닌텐도)
올해 3월 닌텐도가 출시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New Horizons)'. (출처: 닌텐도)

 

이는 ‘포멧몬 소드 실드’(136만 장), 닌텐도 역사상 세 번째로 큰 크로스 오버 파이팅 시리즈인 ‘슈퍼 스매시 브라더 얼티밋’ (124만 장)보다 더 많은 수치다. 특히 동물의 숲의 영향으로 오히려 스위치 콘솔 판매가 대폭 증가하면서 지난 3월 말 기준 39만 대 이상의 스위치 기기가 판매됐다.

또한, 이번 신규 시리즈는 닌텐도 스위치에서만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3월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동물의 숲은 3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 걸쳐 500만 장 이상의 디지털 판매량으로 월간 판매량 기록을 세우기도 하며, 국내에서도 발매 이후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간 협력 통한 다양한 IGA 형태 등장

마크 제이콥스나 발렌티노와 같은 유명 패션 브랜드가 동물의 숲을 통해 의상을 제공하는 배경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동물의 숲 게임 내의 캐릭터가 입는 의상이 다른 유저와의 차별성을 보여줌으로써 상품 광고 효과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는 해당 게임을 통해 직접적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상품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만으로 좋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음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오프라인 및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상품 판매로 연결할 수도 있다.

물론, 유명 브랜드가 동물의 숲에 실제 의상 디자인의 아이템을 제공해 광고를 하는 것은 해당 게임이 단순히 인기가 높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 게임은 게임 자체가 다른 게임에 비해 지나친 유저 간 경쟁을 유발하거나 무기를 들고 누군가와 싸워야 하는 폭력성과는 거리가 있어 여성 유저가 다수 존재한다. 그렇다 보니 유저나 게임 특성을 활용한 상품 광고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즉, '동물의 숲' 게임을 즐기는 핵심 유저층이 해당 패션 브랜드가 타깃팅하는 유저들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것이다. 게임 인기가 높다고 해서 서로 총을 들고 싸우는 게임에 여성용 의상을 광고하는 것이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할 것임은 당연하다.

한편, 게임과 광고를 접목한 ‘인 게임 광고(In-Game Ads, IGA)’는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진행됐다. 초기의 IGA는 단순히 게임 중간에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의 로고를 노출시키는 형태였다.

그러나 점차 실제 상품 이미지를 게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아이템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저들에게 광고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브랜드들은 자사 상품을 광고하는 인터넷 게임 ‘애드버게임(advergame)’을 직접 개발해 유통하기도 했다.

 

자사 상품을 광고하는 '애드버게임(advergame)' 사례. (출처: Puma)
자사 상품을 광고하는 '애드버게임(advergame)' 사례. (출처: Puma)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광고판이나 TV 등의 공간에 이용 시간대 등에 따라 서로 다른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는 '동적 IGA(dynamic IGA)'가 주목받고 있다. 즉, 상품 광고에서 나아가 동영상과 같은 미디어 콘텐츠의 유통 방식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는 게임을 통해 실시간으로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 기반 맞춤형 마케팅, 참여업체 증가로 경쟁 본격화될 수도

전 세계 게임 시장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2023년 말에는 9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18년 밀레니얼 및 Z세대의 소비 습관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TV 시청은 전년 대비 약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통적인 TV 매체 영향력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밀레니얼 및 Z세대의 소비 습관에 대한 연구에서는 TV 시청이 전년 대비 약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Pixabay)
2018년 밀레니얼 및 Z세대의 소비 습관에 대한 연구에서는 TV 시청이 전년 대비 약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Pixabay)

그리고 지난 해에는 2019년 미국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승전인 ‘슈퍼볼’ 시청자보다 e스포츠 관객이 약 10배나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엔터테인먼트 매체가 무엇이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이는 브랜드들이 광고비의 많은 부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재평가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게임이 유력 광고 매체가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IGA는 실제 광고를 게임 플레이 시에 거부감 없이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광고주와 게임 개발사가 협력하는 방안이 전보다 쉬워졌으며, 이러한 협력 체계를 통한 광고는 유저에게 반감을 줄 가능성이 더 적어진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업계 연구에서는 인위적으로 꾸며진 광고보다 실제 브랜드 및 광고가 있는 게임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 게임을 비롯해 동영상과 음악 등 광고를 활용하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모두 제공하는 업체들도 IGA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 IT 업체, 광고 네트워크, 게임 개발사들의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IGA는 개인 맞춤형 마케팅 및 미디어 콘텐츠의 유통 경로로 지금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다. 현시점과 같이 게임 이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그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IT 업체, 기존 광고 네트워크, 게임 개발사들이 협력과 경쟁을 진행하게 될 전망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보다 정확한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실시간 솔루션 개발/제공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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