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자체 브랜드 완성차 아닌 차량용 ICT 부품 사업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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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자체 브랜드 완성차 아닌 차량용 ICT 부품 사업에 집중한다
  • 김상일 기자
  • 승인 2021.03.0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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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ICT 업계, 전기차 시장에 주목하며 투자도 단행
화웨이, 美 제재 조치 영향...새로운 돌파구 모색 필요
자국 중심으로 협력사 확대하며 기술력 축적 중
출처: 픽사베이
화웨이가 자동차 시장을 중요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정황이 포착됐다. (출처: 픽사베이)

[애틀러스리뷰=김상일 기자] 최근 중국 화웨이가 국영 기업인 ‘창안자동차(Changan Automobile)’ 및 베이징자동차그룹(BAIC Group) 산하의 ‘블루파크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BluePark New Energy Technology)’ 등과 협력하고 해당 업체의 제조 시설을 이용해 자체 브랜드 전기차를 개발해 판매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화웨이는 자체적인 독자 브랜드의 자동차 개발은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자동차 시장을 중요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직접 생산 아닌 ICT 기반 스마트카 부품 시장 겨냥

최근 전기차 시대를 맞아 기존의 대형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니오(Nio)’나 미국의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는 제2의 테슬라를 꿈꾸며 전기차 시장에 진입했거나 곧 진입할 예정이다.

이 외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각각 강점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 진입을 시도 중이다. 이 가운데 전기차에서 ICT 요소가 강조됨에 따라 구글, 애플과 같은 기존 거대 ICT 업체들도 향후의 성장동력 중 하나로 해당 시장에 주목하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아직 직접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전기차 업체 ‘리비안(Rivian)’에 대해 7억 달러의 투자를 단행했다. 화웨이가 자체 브랜드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는 루머가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시장 경쟁 구도의 변화 때문이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통신 장비와 단말 사업에 큰 영향을 받고 있고 이로 인해 스마트폰 서브 브랜드 ‘아너(Honor)’를 매각하는 등, 구조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가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그러나 화웨이는 자체 브랜드 전기차의 출시가 아닌, ICT 요소가 중요해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기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자동차용 부품 시장에 진입한다고 밝혔다. 통신전문매체 ‘RCR Wireless’에 의하면 화웨이는 ‘자동차 제조사’가 될 생각이 없으며, 스마트카에 특화된 부품 공급 업체를 지향하고 있다.

 

스마트카 시장 공략 위한 조직 개편도 이미 시행

화웨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행보를 보여줬다. 지난해 4월 ‘BAIC’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5G 통신 모듈이 도입된 전기 SUV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자동차에는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제공하는 5G 모뎀 ‘발롱(Balong) 5000 5G’가 탑재되며, 6GHz 이하 주파수 대역인 소위 ‘Sub-6’ 대역에서는 최대 4.6Gbps, 밀리미터파(mmWave) 대역에서는 최대 6.5G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해 BAIC의 쉬 헤이(Xu Heyi) CEO는 “우리 최고급형 차량이 화웨이의 컨트롤 시스템을 이용한다”며 “화웨이의 자동차 등급(car-grade) 칩을 포함한 차량용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화웨이가 중국의 보쉬(Bosch)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자동차 통신 환경은 매우 중요해졌다. 5G 기술력과 통신 모뎀, 클라우드 솔루션, 단말, 서비스 생태계 등을 모두 갖춘 화웨이가 바로 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화웨이의 자동차 시장에 대한 목표는 지난해 5월 중국의 18개 상용차 업체들과 자동차 산업에서의 5G 기술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5G 카 생태계(5G Car Ecosystem)’를 설립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출처: 화웨이
화웨이는 지난 10월 하모니OS와 전용 앱, 차량용 ‘하이카(HiCar)’ 솔루션 및 스마트 스크린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했다. (출처: 화웨이)

 

또한, 화웨이는 통신 환경 제공에서 더 나아가 자동차용 클라우드 서비스와 앱, 솔루션, 여러 하드웨어 사업으로 확대 중이다. 특히 화웨이는 안드로이드의 대안으로 ‘하모니OS(Harmony OS, 홍멍OS)’를 개발했는데, 이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와 IoT 단말 등에도 적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에는 하모니OS와 이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앱, 차량용 ‘하이카(HiCar)’ 솔루션 및 스마트 스크린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인카 엔터테인먼트과 원격 차량 상태 확인 등 커넥티드카 서비스 제공을 강화한다는 방침인 것이다.

또한 화웨이는 새롭게 부상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협력 제조사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지난해 11월 ICT 사업부가 담당한 스마트카 솔루션을 컨슈머 사업 부문으로 이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런정페이(Ren Zhengfei) CEO는 자사 최대 수입원인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Consumer Business Group, CBG)이 스마트 단말기와 스마트카 부문으로 개편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당시에도 완성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업체들이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ICT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관건은 화웨이의 자동차 시장에 대한 도전이 중국을 넘어 해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인가다. 중국에서는 현지 자동차 업체들뿐 아니라 다임러 AG와 ‘메르데데스 벤츠 S클래스’에도 ‘HMS(Huawei Mobile Service) for Car’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미국이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중이며,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를 배제하는 국가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화웨이의 신사업이 글로벌 차원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화웨이가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에서 많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충분한 자동차 관련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한다면 잠재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전장 사업을 강화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게는 장기적으로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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