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보청기', 처방전 없이 저렴하게 구입하는 시대 도래하나
상태바
의료기기 '보청기', 처방전 없이 저렴하게 구입하는 시대 도래하나
  • 정근호 기자
  • 승인 2022.02.09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스 보청기, 美 FDA로부터 OTC 제품 출시 최초 승인
보스에 이어 자브라도 FDA 승인 OTC 보청기 판매 개시
히어러블 시장, 보청기-헤드폰 업체 간 경쟁 심화 조짐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4월, 오는 2050년까지 약 25억 명의 사람들이 약간의 청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며, 최소 7억 명은 청력 재활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HO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약 25억 명의 사람들이 약간의 청력을 잃을 것이며, 최소 7억 명은 청력 재활을 필요로 할 전망이다. (출처: 픽사베이)

[애틀러스리뷰=정근호 기자]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4월, 오는 2050년까지 약 25억 명의 사람들이 약간의 청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며, 최소 7억 명은 청력 재활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10억 명 이상의 젊은 성인들이 청취 습관 등으로 인해 청력 손실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에 따라 청력 상실 및 귀 질환의 조기 발견이 중요해졌다. 난청이 확인될 경우 다양한 재활 방안이 존재하는데, 이중 하나가 바로 보청기 사용이다.

하지만 보청기는 의료기기로 엄격한 인증 정차를 거친 후 공급되는 제품이다. 의사 등 전문가 처방을 받아 지정된 곳에서 보청기를 구매할 수 있고 제품 가격도 고가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부담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7년 미국 연방정부는 자국 내 청력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청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규정을 발표했다. 보다 저렴하게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처방전이 없어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OTC 보청기법(Over-the-Counter Hearing Aid Act)’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로써 FDA에 의해 클래스 I 또는 II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었던 보청기의 일반판매(OTC)가 가능해지는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120일 이내 OTC 보청기에 대한 규칙안을 발표하도록 했으며, 2021년 10월 FDA가 처방전이나 청력검사 또는 전문의의 교정(fitting)이 없어도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새로운 단말 카테고리를 만드는 규칙(proposal)을 공표했다.


자브라-보스, FDA 승인 받은 OTC 보청기 출시

앞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어폰 업체 ‘자브라(Jabra)’가 지난해 8월 경증 및 중등도 청력 손실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인헨스 플러스(Enhance Plus)’ 이어버드를 선보인 바 있다. 자브라는 인헨스 플러스가 FDA 승인을 받은 맞춤형 보청기라고 밝혔는데, 이제 2월 말부터 몇몇 청력관리 클리닉을 통해 779달러에 판매를 돌입하게 됐다.

인헨스 플러스는 보청기보다 일반 이어버드처럼 생겼지만, 의료기 수준의 청력 강화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자브라에 따르면 동사가 제공하는 기존의 ‘엘리트 7 프로’ 무선 이어폰보다 40% 더 작은 크기이나, 3가지 음성 필터와 3종의 청취 모드 등을 제하고 대화를 위한 음성 증폭뿐 아니라 일반 이어폰처럼 통화를 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자브라는 단말에 4개의 마이크가 존재해 배경 소음을 줄이는 동시에 음성의 선명도를 높여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케이스를 통해 2번 완충할 수 있게 하는 등 최대 10시간의 배터리 수명을 제공하며 이어버드는 IP52 방수방진 기능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헨스 플러스는 자가 맞춤형 보청기(self-fitting hearing aid)로 FDA 510(k) 승인을 획득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일반 의약품처럼 전문가의 처방 없이도 구매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보스(Bose)의 ‘사운드컨트롤(SoundControl)’ 제품 이미지. (출처: 보스)
보스(Bose)의 ‘사운드컨트롤(SoundControl)’ 제품 이미지. (출처: 보스)

 

이 같은 OTC 보청기는 자브라 외에도 보스(Bose)가 ‘사운드컨트롤(SoundControl)’ 제품을 지난 해 여름부터 8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사운드컨트롤은 일반적인 이어폰보다 전통적인 보청기에 더 가깝게 보인다.

FDA는 2018년 10월에 경증 및 중등도 청력 장애를 가진 18세 이상의 개인을 위해 소리를 증폭하기 위한 보청기로써 보스의 사운드컨트롤 판매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사운드컨트롤은 FDA로부터 승인 받은 최초의 OTC 제품이 됐다.

이 보청기는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음악 스트리밍 및 배터리 수명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보스에 의하면 별도 앱 페어링 이외에 일반적으로 보청기를 사용할 시 최대 56시간 사용할 수 있다.

 

OTC 보청기-소리증폭기 시장 진출 업체 증가 전망

이전에도 일부 이어폰 업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주변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등 특정 소리를 인식해 증폭해주는 기능들을 연이어 발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소리 증폭기’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FDA 승인 OTC 보청기들도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보스와 자브라 외에도 브라기(Bragi), 올리브 유니온(Olive Union) 등의 업체들이 보청기 관련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특히 애플이 ‘에어팟 프로(AirPods Pro)’에서 대화 시 주변 소음을 줄이면서 상대방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애플은 에어팟을 헬스케어 단말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향후 OTC 보청기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의 변형 버전을 제공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젠하이저(Sennheiser)는 소비자용 오디오 사업 부문을 스위스의 보청기 전문업체인 소노바(Sonova)에 매각했다. (출처: 젠하이저)
젠하이저(Sennheiser)는 소비자용 오디오 사업 부문을 스위스의 보청기 전문업체인 소노바(Sonova)에 매각했다. (출처: 젠하이저)

 

이는 이제 보청기와 이어폰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일부 이어폰 업체는 보청기 업체와 높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자브라는 보청기 업체인 GN 그룹이 모기업이며, 젠하이저(Sennheiser)는 소비자용 오디오 사업 부문을 스위스의 보청기 전문업체인 소노바(Sonova)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OTC 보청기 및 소리증폭기 시장에 더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증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고성능의 보청기 시장은 기존처럼 유지되겠지만, 경증 및 중등도 장애 보유자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본격 개화되면서 기존 보청기 업체와 이어폰 업체 간의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히어러블(hearable)’ 단말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기존 보청기처럼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소리 증폭 및 제거 등 한층 더 고차원의 기능도 제공될 것으로 주목된다. 이미 이어폰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을 비롯해 중국 업체들의 보청기 시장에 대한 진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